[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에필로그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에필로그 2년 후. 틱, 틱, 틱. 벽에 걸린 시계 초침이 어둡고 고요한 작업실 안을 채웠다. 새벽 3시. 모두가 잠든 시간. 캄캄한 현관과 거실과 달리 여전히 밝은 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방 한 켠에는 책상 위에 엎어진 휘인이 있다. 커서가 깜빡이고 있는 노트북 화면에는 현재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의 공개되지 않은 후반부 대본이 한창 쓰여있었다. 띠리링. 시계 소리만 가득했던 곳에 다른 소리가 잠시 섞이고 현관문이 열리며 어둠 속으로 한 인영이 들어왔다. 지친 발걸음으로 어둠을 뚫고 밝은 빛으로 들어간 혜진은 여전히 미동도 없이 엎어져있는 휘인을 보며 눈썹을 한번 씰룩이곤 천천히 다가갔다. "휘인아. 정휘인." "으응..." "누워서 자. 불편하게 여기서 이러지 말고." ..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28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28화 또각또각. 복도에 울려퍼지던 구두 소리가 멈췄다. 목적지에 도착한 혜진은 걸음을 멈추고 벽에 등을 기댔다. 선글라스를 벗어 주머니에 넣은 대신 꺼낸 휴대폰. 곧 익숙한 이름을 찾아 손가락이 움직였다. * 오늘 하루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흘려버린 휘인은 큰 한숨을 쉬며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책이라도 읽으면 머리가 정리될까 싶었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답인 듯 했다. ♪♬♩♪ 고요했던 하루를 깨는 벨소리가 울렸다. 폰 화면엔 익숙한 이름이 떴지만 휘인은 그 전화를 바로 받을 수가 없었다. 떨리는 눈동자로 화면만 계속 쳐다보던 휘인은 노랫소리가 끝나기 전에 폰을 잡아 들었다. "여보세요." 고요하다. 작은 숨소리조차 삼킬 정도로. -안녕. 전화기 ..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27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27화 보글보글 국이 끓는 소리와 일정하게 도마를 내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방 안 가득 수면욕보다 식욕을 깨우는 음식 냄새에 용선이 눈을 떴다. 눈을 뜨니 보이는 익숙한 뒷 모습. 흐렸던 그 모습이 조금씩 선명해지면, 용선이 자고 있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잘 잤어요?" 냉장고쪽으로 몸을 틀던 별이가 잠에서 깬 용선을 보며 아침 인사를 건넸다.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용선은 퉁퉁 부은 눈으로 눈을 깜빡였다. 별이는 그런 용선의 모습에 씩 한번 웃고는 냉장고에서 달걀을 꺼냈다.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해요." 별이가 다시 싱크대로 고개를 돌리자 용선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곤 화장실의 위치를 확인하고 바로 직행. 쿵- 하고 화장실 문이 세게 닫혔다. 화장실 안으로 ..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26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26화 익숙하게 차를 주차하고 방송국 안으로 들어가는 용선의 발걸음이 꽤나 비장했다. 경비 아저씨를 비롯한 동료들과 인사를 주고 받으며 어느새 도착한 드라마국. 방금 출근한 용선에게로 몇몇의 시선이 쏠렸다. 그 시선 중에는 별이도 있었다. 용선이 자리에 앉자마자 수영이 냉큼 일어나 용선의 옆으로 갔고, 이에 뒤질새랴 별이도 그 옆에 자리를 잡았다. "선배. 실검 봤어요? 우리 드라마, 아직도 실검 안 내려갔어요!" 한껏 들뜬 목소리로 수영이 말했다. 신이 난 얼굴을 하고 있는 수영과는 다르게 용선은 큰 감정의 동요 없이 차분해 보였다. "댓글도 다 좋아요. 완전 다 호평!" 수영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도착해 자리에 앉아 겉옷을 벗고 정리를 하던 용선이 드디어 두 사..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25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25화 휘인이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식당 안 어디에서도 혜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휘인은 2층부터 1층까지. 그리고 그 식당 주변까지 돌아다니며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혜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입이 마른 휘인은 근처에 있던 수영에게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혜진씨 어디 갔어요?" "좀 전에 가셨는데. 내일 스케줄 있으시다고." 갔다고? 이렇게? 입술을 질겅질겅 물던 휘인은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긴 신호음만 들릴 뿐이었다. 다시. 그리고 다시. 휘인은 몇 번을 그렇게 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폰을 들고 있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휘인은 별 하나 떠있지 않은 깜깜한 밤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 어떤 빛 하나 없이 칠흑..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24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24화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 앉은 저녁. 식당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별이는 오랜만에 만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보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곤 자리를 안내했다. 오늘은 정식으로 갖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팀의 전체 뒤풀이 날이었다. 촬영이 끝나고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하루 대부분을 함께 보냈던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은 꽤나 큰지 모두들 얼굴이 활짝 피어있었다. "영수 형님은 촬영 들어갔다더니 못 오신대요?" "촬영 끝나고 넘어온다고 했어. 뭐 온다고는 했는데 우리 다 먹을 때 쯤이나 올 것 같아." "기사님! 잘 지내셨어요?" "이야. 막내! 촬영장에선 폐인이더니 오늘 보니까 배우가 따로 없네~"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촬영이..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23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23화 똑똑- 용선이 대기실의 문을 열었다. 안에는 방금 도착한 혜진이 스타일리스트의 손길을 받으며 매무새를 정리하고 있었다. "앗, 감독님 오셨어요?" "아니에요. 마저 일 보세요. 그냥 잠깐 들린 거예요." 용선을 발견한 혜진이 몸을 그쪽으로 틀려고 하니, 용선이 급히 손사래를 쳤다. 혜진은 다시 자리를 바로 앉았고 스타일리스트가 다시 혜진의 화장을 수정했다. 용선은 매니저에게 질문목록이 적힌 종이를 건네고 거울 너머로 자길 보고 있는 혜진을 쳐다보았다. "감독님 오늘 진짜 예쁘신데요?" "그런 칭찬은 좀 부끄러운데." 용선이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곧 혜진의 수정 화장이 끝나자 옆에 있던 스타일리스트가 자리를 피해 주었다. 용선은 혜진이 앉아 있는 자리로 천천히 걸..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22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22화 "죄송해요. 저 때문에..." 한강이 잘 보이는 큰 창 옆에 놓인 테이블에 마주 앉은 두 사람. 혜진은 말끝을 흐리며 잡고 있는 와인잔을 괜히 만지작거렸다. 미소를 머금었지만 안쓰럽기 그지 없는 혜진의 모습에 용선은 괜히 입에도 안 맞는 와인을 한 모금 입에 물었다. "드라마에 정말 피해주고 싶지 않았는데..." "아니에요." 입 안에서 천천히 와인을 굴리던 용선이 와인을 넘기고 가볍게 웃었다. "혜진씨가 피해준 거 하나도 없어요. 혜진씨 잘못도 없고, 혜진씨가 사과할 일도 아니에요." 용선이 두 팔을 테이블 위로 올렸다. 그리고 조금 더 가깝게 몸을 숙여 혜진을 보았다. 혜진은 자길 바라보는 용선의 눈빛에서 진심과 따뜻함을 느꼈다. "감독님 말은 뭔가... 항상..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