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05 *5화 당황한 얼굴로 급히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 별이를 뒤로 하고 이부자리를 깐 용선이 바닥에 철푸덕 앉았다. 티비 아래 놓여진 리모콘을 잡아 들고 천천히 채널을 돌리며 뭐 볼만 한 거 없나 공중파부터 케이블까지 채널을 돌리다보니, 한 케이블 채널에서 예전 용선이 찍었던 드라마 이 나오고 있었다. 용선이 천천히 리모콘을 든 손을 내렸다. 은 온전히 용선이 메인으로 연출한 첫 장편 드라마였다. 처음 단막극으로 입봉한 후 호평을 받은 용선은 잘 나가던 선배의 드라마에 B팀 감독으로 들어 갔었다. 그때 선배 메인 감독의 중간 하차로 잠시 메인 감독을 맡긴 했지만 온전히 프리 단계부터 끝까지 책임진 드라마는 이 처음이었다. 이 드라마는 지금까지 용선의 성공이 운이 아닌 실력임을 보여 주었으며, 무엇보다 당시 시..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04 *4화 오전부터 시작된 촬영은 해가 지고서도 1시간 후에야 끝이 났다. 저녁 식사를 위해 근처 식당으로 이동한 스태프들은 식당 하나를 온전히 차지하고 모두가 먹고 떠들며 하루의 회포를 풀기 시작했다. "선배는 또 안 드신대?""그냥 먼저 가라고만 하셨어요." 별이가 수영의 맞은 편에 앉았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부대찌개를 보며 별이가 입맛을 다셨다. 별이가 숟가락을 들어 뜨거운 국물을 떠 호호 불었다. 호로록 마시니 목구멍을 타고 뱃속까지 따뜻한 온기가 퍼졌다. "어, 감독님!" 촬영 감독이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용선을 보며 유쾌하게 소리쳤다. 별이가 고개를 돌리자 웬일로 식당에 발을 들인 용선이 천천히 자기들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우리 가볍게 소주 한 잔씩만 하면 안 됩니까?""오, 좋다 좋아!"..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03 *3화 띵동- 노트북 타자 소리만 가득하던 방 안에 새 손님을 알리는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휘인은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올려 놓고 현관으로 걸어 갔다. 띠리링-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열리는 문틈 사이로 용선의 얼굴이 보였다. "우리 정작가님. 대본은 잘 되가고 있으신가.""독촉하려고 찾아온거면 나가시지." 용선이 휘인의 뒤를 따라 집 안으로 발을 들였다. "독촉이라니. 우리 작가님 밥도 안 먹고 글 쓸까봐 걱정 되서 이렇게 먹을 거 사왔는데." 용선이 손에 든 검은 봉지를 위로 올렸다. 휘인은 봉지를 슬쩍 보곤 봉지에 담긴 음식에서 풍기는 냄새에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비쳤다. "언니가 먹고 싶어서 사온거잖아.""어? 너 이거 뭔 줄 알아?""김용선씨가 사온 거면 뭐겠어. 떡볶이겠지."..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02 *2화 늦은 밤까지 이뤄졌던 촬영이 끝나고 크고 화려하지만 적막하고 쓸쓸한 집으로 돌아온 혜진이 소파에 몸을 담았다. 혜진은 말없이 눈을 감았다. 요 며칠 동안 쉴새 없는 촬영 속에 정신 없이 보냈던 혜진이었다. 사전제작 드라마라 여유는 있는 편이었지만, 오랜만에 찍는 드라마라는 사실이 혜진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혜진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건 제 손에 들어오는 대본이었다.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 쓴, 휘인이 쓴 대본. 천천히 눈을 뜬 혜진의 앞에 테이블에 올려진 대본이 보였다. 데칼코마니. 안혜진 배우님. 감독 김용선. 작가 정휘인... 혜진은 손을 뻗어 대본을 들었다. 촤르르. 대본이 넘어가는 소리가 적막한 집 안에 울렸다. 형광펜과 메모의 흔적이 담긴 혜진의 대본. 대..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01 *1화 분주한 촬영장의 모습. 각자의 역할이 있는 스태프들은 각자의 역할을 행하며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 용선은 촬영 감독과 함께 구도에 대한 이야기 중이었고 별이는 다른 연출팀들과 함께 슛 들어갈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자. 슬레이트." 별이에게 슬레이트가 날아왔다. 저번 드라마에 이어 이번에도 역시 슬레이트는 별이 몫인 모양이었다. 슬레이트를 오늘 촬영에 맞게 고친 별이가 모니터 테이블 쪽으로 걸어 오는 용선을 보았다. 추레한 옷차림에 살짝 피곤해보이는 얼굴. 별이에게 오늘은 뜻깊은 날이었다. 용선의 드라마에 처음 투입된 날이자 용선을 현장에서 처음 본 날이기에. 입사하고 방송국에서 몇 번 마주치긴 했지만 인사하고 스친 정도라서 이렇게 현장에서 만나는 기분은 뭐랄까, 참 벅찼다. 한번이라도 봐줬음..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00 # 그들이 사는 세상 노희경 작가님의 드라마 모티브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사랑 이야기. # 드라마 PD 김용선 (33) 24살에 방송국에 입사해 그 힘든 조연출 기간을 이겨내고 입봉작이었던 단편 드라마에서 호평을 받았다.그 이후 2개의 미니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떠오르는 스타PD가 되었다. 휘인과는 드라마를 하나 같이 하며 사적으로도 많이 가까워졌다. 생각보다 서로 잘 맞아서 이번 작품 역시 함께할 정도로. 드라마에 대한 열정 하나는 대단해서, 현장에선 '마녀'로 불린다.평상시엔 다정하지만 촬영에 들어가는 순간 극도의 예민함으로 똘똘 뭉친다고...덕분에 1년차가 용선의 팀에 들어오면 도망치기 일쑤. 그런 그녀의 밑에 1년차 막내 문별이가 들어온다.서툴고 실수 투성이인데 항상 뻔뻔한 막내.. 이전 1 ···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