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썬] 인연 (12) 썸네일형 리스트형 [문썬] 인연 11 [문썬] 인연 * 11화 20살 대학생의 첫 날. 시간은 빠르게 지났다. 나는 3월이 오기까지 별이와 평범하기만 한 날들을 보냈다. '평범하다'고 표현을 했지만 순탄치 않았던 삶을 살았던 내게는 처음 갖는 시간들이었다. 평범하게 밥을 먹고, 평범하게 잠을 자고, 평범하게 놀러 다녔다. 그 어떤 두려움도 걱정도 없이 말이다. 그 평범함이 너무 좋아져버린 탓인지 대학 입학식도 오리엔테이션도 다 빠져버렸지만. 뭐, 아싸의 인생은 이미 예전부터 걷고 있었으니까 상관 없지. "나도 가면 안 돼...?" "안 돼." "왜애~ 나 몸 숨기고 니 옆에만 붙어 있을게." "안 돼. 집에 얌전히 있어." 몇 개월을 24시간 붙어 살다 떨어지게 되니 별이는 많이 아쉬운 모양이었다. 나도 정이 많이 들어 별이가 없는 대학 생.. [문썬] 인연 10 [문썬] 인연 * 10화 이제는 익숙한 대나무 숲의 풍경과 두 아이의 모습. 나는 또 일어나면 잊어버릴 꿈을 꾸고 있었다. "야 받아." 비취가 진검을 아이의 가슴팍으로 내밀었다. 한 손에 목검을 쥐고 있던 아이는 비취가 건넨 검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거... 진짜 검이야?!" "그래. 얼른 받아." 목검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진검을 받아든 아이의 얼굴이 활짝 폈다. 그리도 좋을까. 비취는 눈을 반짝이며 입꼬리가 귀에 걸린 아이를 보며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그렇게 좋아?" "당연하지! 진검은 손가락 하나도 못 건들게 했잖아!" "숙달되지 못한 사람이 쥔 검만큼 위험한 건 없으니까." "늙은이 같아..." "뭐?!" 아이는 헤실 웃으며 검을 살짝 뽑았다. 날카롭고 매끈한 칼날이 껍질을 벗으.. [문썬] 인연 09 [문썬] 인연 *9화 열아홉의 마지막은 행복하게 저물고 있었다. 1년 동안의 힘듦을 덮어주기라도 하듯 하늘에선 함박눈이 내렸고, 눈 덕분에 얼음장 같던 추위는 조금 사그라들었다. 내 옆에는 항상 별이가 있었다. 밥을 먹을 때도, 이야기를 나눌 때도 항상 별이가 옆에 있었다. 원했던 대학 합격 통지서도 받았고, 지겨운 학교도 방학에 들어갔다. 올해를 단 이틀 남긴 밤. 소파에서 잠이든 별이의 옆에 앉아 연말 가요 무대를 보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솔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억...!!" 신나는 아이돌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을 때, 곤히 잠들어 있던 별이가 벌떡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 이마엔 식은땀이 조금 맺혀 있었고, 눈은 무서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심장이 떨리는 모양인지 한 손으로 가슴을 부여잡으.. [문썬] 인연 08 [문썬] 인연 *8화 "참화그룹의 윤동화 회장이 병세로 입원한데 이어 윤동화 회장의 장녀이자 참화엔터테인먼트 윤혜원 대표가 병환을 보인다는 소식입니다. 정확한 병명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주일 전 삼화병원의 VIP실로..." 아 재미없어. 상관도 없는 재벌집 사람이 아프거나 말거나지. 리모콘을 들어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보지만 다 재미없는 것뿐이다. 아니... 이렇게 TV가 재미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야 문별이!!” “잠깐만! 이제 다 됐어!” 하아. 벌써 30분 째 저러고 있다. 나름 크리스마스라 분위기 좀 내보려고 외출을 하려고 했더니 30분 째 옷방에 틀어박혀선 저렇게 옷만 고르고 있다. 문 틈새로 바닥에 툭툭 떨어지고 있는 옷가지들을 보며 고개를 탈탈 저었다. “쟤는 왜 겉멋만 들어가지고...”.. [문썬] 인연 07 [문썬] 인연 * “그게 아니라니까. 어깨에 힘을 빼고.” 대나무가 우거진 산 중턱. 목검을 들고 있는 아이의 옆으로 한 아이가 다가갔다. 어깨를 누르고 손목을 잡아주는 아이는 목검이 아닌 도검을 차고 있었다. 그 두 아이는 고목나무 아래서 처음 만났던 그 두 아이들이었다. “이... 이렇게...?” “아니. 너 바보야?” “야!” 바보 소리를 들으니 화가 난 모양인지, 아이가 목검을 집어 던졌다. 목검은 모래를 튀기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야라니. 스승님이라고 하랬잖아.” “스승은 무슨!” “검술 안 배우고 싶어? 맨날 맞고 다닐 거야?” “씨이...” 씩씩 열을 내던 아이는 여전히 콧김을 강하게 뿜지만 더 이상 대들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 목검을 다시 주워들었다. “화 내지 마. 감정이 들어가면 보이.. [문썬] 인연 06 [문썬] 인연 *6화 미세먼지라곤 찾아볼 수 없는 깨끗한 하늘. 그 아래 늘어선 초가와 기와집들. 강에선 아낙네들이 빨래를 하고 어린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길거리엔 봇짐을 메고 걸어가는 사람들과 말을 끌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는 곳. 낯설지만 익숙한 이 곳을 한 바퀴 돈 시선은 이 근처에서 오래되기로는 손 꼽힐만한 큰 고목 근처에 뭉쳐 있는 어린 아이들에게 멈춰 섰다. “그만해! 그만해!” “너네 집 망했다며. 우리 아버지가 너네 집은 곧 망할 거라 그랬어. 이제 너랑 놀지 말랬어!” “아니야! 우리 집 안 망했어!” “거짓말. 우리 아버지 궁에서 엄~청 높은 사람이거든!” “우리 아버지도...!” “아! 누구야!” 아이들을 앞세워 한 아이를 괴롭히던 사내아이의 머리 위로 나뭇가지가 힘차게 내리쳐졌다... [문썬] 인연 05 [문썬] 인연 *05화 "용선아 일어나."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며 일어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나를 깨우는 목소리는 너무도 따뜻해 꼭 꿈인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할 정도였다. 무거운 눈을 겨우 뜨면, 나를 보고 웃고 있는 얼굴이 있었다. 아직도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면 내 두 손을 잡아 끌었고 내 양 어깨를 주물렀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식탁엔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고 현관 옆엔 책가방이 놓여 있었다. 고요하기만 했던 아침에 나와 함께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담겼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상이지만 내게는 꿈같았던 일상이 별이로 인해 만들어지고 있었다. "용선아!" 누군가 나를 기다려준다는 게 이렇게 좋은 일인 줄 몰랐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여우가 그런 말을 했었다. 니가 4시에 온다면 나는.. [문썬] 인연 04 [문썬] 인연 *4화 검정색의 긴 장우산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멈췄다. 도착한 집 앞에서 별이를 힐긋 보니 아쉬움이 묻어 나는 눈치였다. 오늘 하루종일 '같이 살면 좋을텐데'를 입에 달고 살았으니, 뭐 이상한 일도 아니였다. "같이 살면..." 또 그런다, 또. "좋을텐데. 그치?" 내 말에 별이가 깜짝놀란 눈을 하고 바라봤다. 별이에게 가졌던 질문 첫 번째. 사람인가 귀신인가. 아무 때나 멋대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걸 보면 틀림없이 사람은 아니다. 그럼 두 번째. 정말 착한 천사인가 아니면 내게 달라 붙은 악마인가. 아직 내 수호천사라고 한 것 치고 한 일은 없는 것 같지만, 생긴 것과 달리 순진한 모습을 보아하니 악마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왜 같이 살아야 되는지 이유 좀 말해줘 봐."..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