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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13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13화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나버린 오후 9시. 별이는 내일 촬영에 대한 준비를 모두 끝마치고 짐을 챙겼다. 이 시간까지 드라마국의 불은 꺼지는 일이 없었다. 별이는 아직 남아있는 다른 선배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방송국을 빠져 나왔다. 1층 로비를 지나 경비 아저씨께 인사를 드리고 바깥으로 나온 별이가 크게 숨을 들이 마셨다. "힘들어 죽겠다..." 하늘에서 점점 구를 갖춰가는 달을 보며 별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 막내다." 가까이서 들리는 목소리에 별이의 눈이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저번 첫 만남과 비슷한 듯 다르게, 대충 걸쳐 입은 바람막이 점퍼와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을 휘인이 계단 아래서 자길 올려다보고 있었다. 역시 어려보여. 역시 20대 같아. 아니 더 어..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12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12화 지방 촬영 이후 꿀같은 휴식을 가진 데칼코마니팀들의 촬영은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휘인에게서 마지막화 대본도 나온 상태였고, 이제 정말 촬영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오늘은 새벽부터 이르게 촬영을 시작한 탓에 해가 지기도 전에 빠르게 촬영이 끝을 맺었다. 방송국으로 들어온 용선은 곧장 편집실로 갔고, 별이는 수영과 함께 다음 촬영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를 시작했다. "야! 김용선!" 저녁도 먹지 않고 줄곧 편집실에 앉아 있던 용선이 휴식을 위해 휴게실로 걸어나오자 저 멀리 복도 끝에 있던 용선의 동기 태연이 잽싸게 달려왔다. "얼마만에 보는 얼굴이냐아~ 살 빠진 것 봐. 너 또 밥 안 먹고 다니지?" 용선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태연은 손가락으로 용선의 볼을 꾹꾹 ..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11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11화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를 종료하며 용선의 차가 부드럽게 멈춰섰다. 차가 완전히 멈춰서자 용선은 옆에 앉은 별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많이 피곤했던건지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잠 드는 것 같더니 오는 내내 곤히 잠에 빠져 있는 별이가 옆 좌석에서 아직도 잠에 푹 빠져있었다. 늦은 새벽, 길거리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만 차 안으로 스며 들어와 잠 든 별이의 얼굴을 비췄다. 가만히 별이를 보던 용선은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웠다. 용선은 잠시 정면을 응시했다. 핸들 위에 놓인 손가락이 리듬감 있게 핸들을 톡톡 건드렸다. 용선은 다시 잠 든 별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용선은 서울에 올라오는 버스에서 느꼈던 낯선 시선을 떠올렸다. 모두가 잠에 빠져 고요했던..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10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10화 바닷가 구석에 위치한 인적이 드문 작은 식당. 오랜 세월의 흔적이 담긴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와 손녀가 운영하는 작지만 아늑한 식당이었다. 음식 메뉴는 단 하나, 백반. 매일 매일 달라지는 반찬으로 매일 매일 새롭게 할머니가 준비하는 식단이었다. 휘인과 혜진은 그 작고도 아늑한 식당을 찾았다. 그리고 바깥이 잘 보이는 구석진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긴 별로 달라진 게 없네." 혜진이 조용히 가게를 훑었다.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할머니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빈 테이블을 닦는 손녀. 묵묵히 식사를 하고 있는 중년의 택시 기사. 이 곳은 휘인과 혜진이 남해로 여행을 왔을 때 우연히 들렸던 식당이었다. 워낙 혜진이 스타였던터라 유명한 곳에 갔..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09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9화 "컷. OK. 수고했어요. 5분만 쉬었다 갈까요." 용선이 쓰고 있던 헤드셋을 벗어 내려놓았다. 막 혜진과 지웅 두 사람이 함께 찍는 씬들이 모두 끝이 난 참이었다. 지웅은 주변 스태프들에게 수고하셨단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아! 감독님 고생하셨어요." 용선이 혜진과 지웅의 근처로 걸어 오자 지웅이 먼저 인사말을 건넸다. "네. 지웅씨도요. 서울 가서도 남은 촬영 잘 부탁해요.""제가 드릴 말씀이죠. 혜진씨. 저 먼저 가볼께요. 서울에서 봬요.""네. 다음에 봬요.""안녕히계세요." 지웅은 매니저와 함께 스태프 사이를 뚫고 사라졌다. 혜진과 둘이 남은 용선은 들고 있던 대본을 살폈고 혜진은 아직 떠나지 않은, 저 멀리 서있는 휘인을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휘인은 촬..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08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8화 "감독님. 전화 왔었어요." 막 씻고 나온 용선에게 별이가 말했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아 올리며 용선이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폰을 들었다. 별이는 여태 놀고 온 모양인지 술에 취해 빨개진 얼굴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부재중 전화 1통 정휘인. 톡 메시지 2개. 용선이 잠금 화면을 풀자 휘인에게서 온 메시지 2개가 바로 떴다. [그][내일 촬영 어떻게 돼] 용선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둘 다 참 귀엽다- 그런 생각을 하며 용선이 식탁 위에 올려둔 종이들을 뒤적 거렸다. "문별이.""네에~?" 바닥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던 별이가 용선의 부름에 고개를 휙 돌렸다. 별이의 양 손에는 맥주 두 캔이 잡혀 있었다. "너 내일 일촬표 가지고 있어?""넵! 드릴까..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07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7화 고됐던 이튿날의 촬영이 모두 끝나고. 모든 스태프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숙소로 바로 가 뻗어 버렸다. 낮까지만 해도 가볍게 맥주 마시고 자자, 놀다 자자 하던 사람들이었지만 하루의 촬영이 너무 힘든 탓에 모든 유흥은 다음 날로 미루기로 했다. 별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루 종일 용선에게 깨지고 혼나고. 촬영은 촬영 대로 늦어지고. 용선보다 먼저 방에 들어온 별이는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겨우 이끌어 세수와 양치만 하고 바로 이불 위로 철푸덕 누워버렸다. 용선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려고는 하는데 자꾸 눈꺼풀이 내려오는 게 잠을 이기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별이는 이불도 제대로 덮지 않은 채 불편한 자세로 잠이 들어 버렸다. 모두가 방에 들어가 잠을 청할 때. 용선은 숙소..
[문썬/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06 *6화 아침을 깨우는 알람 소리에 별이가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았다. 시끄럽게 울려 대던 알람을 끄고서도 한참을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별이를 보며 용선이 시계를 살폈다. 집합 시간까진 30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이미 30분 전에 일어난 용선은 벌써 씻고 외출 준비도 끝내 있는 상태였다. 용선은 미동도 없이 잠에 빠져든 별이를 보다 어제 사다 놓은 바나나 우유를 냉장고에서 꺼내 들고 식탁 의자에 앉았다. 그 후로도 5분 간격으로 별이의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울릴 때마다 재깍재깍 잘 끄기는 하는데 이불 속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별이를 보며 용선은 살짝 고민에 빠졌다. 집합 시간 10분 전. 이 정도면 깨워야겠지? 용선이 멀찍이 떨어져 별이를 불렀다. "문별이." 죽은 듯이 누워있는 별이는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