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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썬] 인연

[문썬] 인연 08

[문썬] 인연 

 

 

 

 

 

*8화

 

 

 

 

"참화그룹의 윤동화 회장이 병세로 입원한데 이어 윤동화 회장의 장녀이자 참화엔터테인먼트 윤혜원 대표가 병환을 보인다는 소식입니다. 정확한 병명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주일 전 삼화병원의 VIP실로..."

 

 

아 재미없어. 상관도 없는 재벌집 사람이 아프거나 말거나지. 리모콘을 들어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보지만 다 재미없는 것뿐이다. 아니... 이렇게 TV가 재미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야 문별이!!”

“잠깐만! 이제 다 됐어!”

 

 

하아. 벌써 30분 째 저러고 있다. 나름 크리스마스라 분위기 좀 내보려고 외출을 하려고 했더니 30분 째 옷방에 틀어박혀선 저렇게 옷만 고르고 있다. 문 틈새로 바닥에 툭툭 떨어지고 있는 옷가지들을 보며 고개를 탈탈 저었다.

 

 

“쟤는 왜 겉멋만 들어가지고...”

 

 

참다 못한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옷방으로 걸어갔다. 이 정도면 충분히 기다린 거 같은데?

 

 

“야. 이제 그만 하고 나오-”

“으익...!! 야아!! 그렇게 막 문 열면 어떡해!”

 

 

입은 니트가 맘에 안 들었던 모양인지 옷을 벗던 별이가 활짝 문을 열어 재끼는 내 모습에 얼굴이 붉어져 급하게 내 어깨를 잡아 돌려 밀었다.

 

 

“아 왜애~”

 

 

쿵. 나를 방 밖으로 밀어낸 별이가 옷방 문을 닫았다.

 

 

“나가 있어! 기다리라니까!”

“니가 하도 안 나오니까 그런 거잖아. 도대체 옷을 몇 시간째 입고 있는 거야?”

“다 입었어. 이제 다 입었다니까.”

 

 

닫힌 문 너머에서 분주한 소리가 들렸다.

 

 

“뭘. 너 벗고 있는 거 다 봤거든.”

 

 

분주하게 움직이던 방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갑자기 조용해진 탓에 문에 귀를 대보고 신경을 곤두 세워 작은 소리라도 들어볼까 했지만. 왜 아무 소리도 안 나지...? 혹시 바닥에 깔린 옷이라도 밟고 넘어졌나?

 

딸칵-

 

문이 안으로 열리며 문에 기대고 있던 몸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기울었다. 넘어지는 내 몸을 잡아 바로 세운 별이가 딸기 같은 얼굴을 하고 내 눈을 바라보았다.

 

 

“다 봤어...?”

“뭘?”

 

 

지금 얘... 부끄러워하는 거야? 별이가 왜 이런 반응인지 대충 느낌이 오자 온 몸에서 장난기가 삐죽삐죽 올라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다 봤지. 너 생각보다 가스으읍!!”

“어린 것이 못하는 말이 없구나!!”

 

 

천천히 떨어지는 내 시선을 따라 제 가슴을 내려다보던 별이가 아까보다 훨씬 빨개진 얼굴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숨 막혀! 숨 막힌다고! 별이의 손아귀에 잡힌 채 내 입을 틀어막은 별이의 손등을 찰싹찰싹 때렸다.

 

 

“숨 막혀 죽을 뻔 했잖아!”

“안 죽어.”

“니가 어떻게 알아! 진짜 죽을 뻔 했네.”

“......”

 

 

30분이 넘는 시간을 들였다는 것 치곤 평상시랑 다를 게 없어 보이는 별이었다. 슬랙스, 셔츠 클래식한 스타일로 항상 너를 표현하지. 매번 이럴 거면서 뭘 그렇게 입어본대.

 

 

“오늘 스타일 어때? 좀 괜찮지?”

“평상시랑 똑같구만 뭐.”

“너는 정말......”

 

 

집을 나선 별이가 나를 보며 쯧쯧 혀를 찼다.

 

 

“별아. 너 크리스마스가 뭔 지는 알아?”

“서학 종교의 중요한 날이잖아. 그 정도는 나도 알아. 내가 병인년에 선교사들이...”

“어휴. 어디서 누가 한국사 강의를 틀어놨나. 정말 재미없네.”

“...... 그거 나한테 하는 소리지?”

“그런 재미없는 거 말고. 산타 할아버지 얘기 같은 건 몰라?”

“산타? 어느 산을 타는 할아버지를 말하는 거야?”

 

 

아... 말을 말아야지 말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있을까 오늘 아침 기대하며 눈을 뜬 내가 바보야. 토라져 별이보다 빠른 걸음으로 앞서가니 대충 내 기분을 눈치 챈 별이가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내, 내가 잠시 까먹고 있었어. 선물 주는 사람! 맞지?”

 

 

밝게 빛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등 뒤로 감춘 별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내 쪽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이미 늦었네요.”

 

 

삐진 척 먼저 걷는 내 뒤를 따라 혼난 강아지마냥 별이가 터벅터벅 따라 걸었다.

 

 

 

 

*

 

 

 

 

크리스마스의 서울은 사람이 정말 많았다. 사람 많고 북적이는 걸 싫어하는 나였지만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모두가 밖으로 나와서 노는 날, 이렇게 나도 나와서 놀아본 적이 없었으니까. 사람들의 물살에 쓸려갈까 별이의 팔을 꼭 잡고 강변을 걷고, 시내를 걸었다. 매진 투성이 영화관에 미리 자리를 잡아놓은 별이를 따라 영화도 봤다. TV에 나와 유명하다는 맛집에도 갔고 카드를 덥석 쥐어주는 별이 덕분에 쇼핑도 마음껏 했다. 별이와 함께한 오늘은 온통 처음 하는 것 투성이었다. 처음이라 낯설어 길을 잃을 뻔하기도 하고, 쇼핑을 마음껏 하라고 카드까지 줬지만 정작 내 손에 들린 쇼핑백은 두 개가 다였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처음 해보는 이 많은 일들에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했다.

 

 

“별아. 너 혹시 이 길에 대한 이야기 알아?”

 

 

저녁을 먹은 후의 산책 코스는 덕수궁 돌담길이었다. 어둡고 추운 겨울밤이었지만 낭만적인 날이라 그런지 손을 꼭 잡은 커플들이 많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 사이 별이와 함께 걷는 이 순간의 나도, 나름 낭만적인 느낌이었다.

 

 

“이 길?”

“응. 덕수궁 돌담길에 서린 이야기.”

“글쎄...”

“연인이 이 길을 걸으면 헤어진대.”

 

 

별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 이야기가 있어?”

“응. 왜 그런 이야기가 생겼는지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대.”

“음...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여기서 참 많은 일이 있었어. 이 궁도 참 다사다난했지. 조선 광해군 시대 때 있지-”

“아 또! 또!”

 

 

왜! 설을 역사로 받아 치는 거야 정말! 수능도 끝난 마당에 한국사 공부도 좀 쉬고 싶은데 쉴 수가 없게 만든다.

 

 

“아니 나는 니가 궁금해 하길래...”

“그렇다고 역사로 파고들고 싶진 않아.”

“그러면... 여기 한이 깃든 혼들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혼...? 왜 이번엔 공포야...?

 

 

“별아. 너 혹시... 귀신같은 것도 보고 그래...?”

 

 

괜히 주변 공기가 싸해진 기분이다. 나는 별이에게 몸을 좀 더 붙어 별이의 코트자락을 잡았다.

 

 

“나도 사람은 아니니까.”

“...... 그래서 본다고?”

 

 

나도 모르게 커진 눈으로 별이를 바라보니 난처한 듯 웃으며 천천히 끄덕여지는 고개. 이미 사람이 아닌 존재를 마주보는 것도 모자라 같이 살고 있는 입장에서 귀신 얘기까지 해버리면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으슬으슬 몸이 떨리는 것 같은 기분에 나는 별이의 팔을 꼭 붙잡고 몸을 더 밀착시켰다.

 

 

“여기도... 있어?”

“귀신?”

“작게 말해! 들으면 어떡하려고!”

 

 

별이의 팔을 퍽 내려치자 별이가 움찔하며 내 귀로 입을 가져다댔다.

 

 

“응. 니 바로 옆에.”

“으아아악!!”

 

 

낮게 깔은 별이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붙잡고 있던 별이를 팍 밀쳐내고 불빛이 반짝이고 차들이 다니는 큰 길로 무작정 뛰었다. 쌩쌩 지나가는 차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으니 무서웠던 마음이 조금씩 안정이 되고 있었다. 차도를 한 발짝 두고 멈춰 숨을 고르며 공포에 떨었던 몸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눈앞으로 빨간 차가 한 대 멈춰 섰다. 귀신 생각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빨간 차의 창문이 스르륵 내려왔다.

 

 

“안녕.”

 

 

차 안에서 들려오는 간드러지는 목소리에 정신이 들어 허리를 숙여 차 안을 들여다봤다. 빨간 차의 주인은 놀랍게도 저번에 내가 길을 찾아준, 그리고 그런 내게 빵을 한 가득 사준 여자가 있었다.

 

 

“또 보네.”

“아... 안녕하세요.”

 

 

생각도 못했던 만남에 이미 귀신에 대한 생각은 저 멀리 날아간 상태였다.

 

 

“내가 그랬잖아요. 우리 또 만날 것 같다고. 진짜 또 만났네.”

 

 

여자의 모습은 오늘도 화려했다. 개성 있는 다크한 입술 색과 몸매가 드러나는 자주색의 목 폴라를 입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드러난 여자의 몸은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오늘도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누가 막 뛰어 나오길래 궁금해서 천천히 오고 있었는데 딱 보니까 자기더라고.”

 

 

여자가 싱긋 웃었다. 핸들 위에 놓인 긴 손톱은 톡톡 리듬감 있게 핸들을 치고 있었다.

 

 

“누구한테 쫓겨요?”

“아... 아니요!”

“용선아!”

 

 

아니라고 말함과 동시에 뒤에서 들려오는 별이의 목소리에 차 안에 있는 여자가 고개를 숙여 내 뒤를 살폈다.

 

 

“쫓긴 거 맞는 거 같은데?”

“쟤한테 쫓긴 건 아니에요...”

 

 

내게 달려오는 발걸음이 느려지며 내 옆으로 다가온 별이가 울상을 지었다.

 

 

“나 명치 맞았어. 엄청 아팠다고.”

“그러게 누가 겁주래?”

 

 

투정부려야 할 사람이 누군데. 눈에 힘을 줘 별이를 노려보던 나는 차도에서 들리는 클락션 소리에 깜짝 놀라 다시 빨간 차로 고개를 돌렸다.

 

 

“아. 죄송해요. 친구랑 놀고 있었거든요. 근데 얘가 저 놀래켜가지고.”

 

 

차 안에 대고 얘기를 하는 모습에 별이의 시선도 나를 따라 차 안으로 향했다. 차 안에 있던 여자와 별이의 눈이 마주쳤다. 서로를 바라본 두 사람은 어떤 반응도 없었다. 마치 서로 돌멩이라도 보듯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숙였던 고개를 바로 한 별이가 내 손목을 잡았다.

 

 

“집에 가자.”

“태워다 줄까요?”

 

 

여자의 말에 혼자 대답할 수 없었던 나는 별이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까...?

 

 

“아니요. 괜찮아요.”

“뭐 그렇다면.”

 

 

모르는 사람 차에 함부로 타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도 별이가 없었으면 아마 나는 저 차를 따라 탔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요’라고 말하는 별이의 모습을 보며 이유 모를 작은 아쉬움이 느껴졌다. 여자는 다시 출발하기 위해 비상등을 끄고 두 손으로 핸들을 잡았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다시 고개를 숙여 창 너머의 나를 바라보았다.

 

 

“안혜진이에요.”

“네?”

“우리 또 만날 거 같거든요. 그럼 이름 정도는 알아둬야지.”

“아... 저는... 김용선...”

“...... 김용선?”

 

 

아는 사람 이름이라도 들은 걸까. 이제는 통성명까지 나눈 여자의 표정이 아주 잠깐 딱딱하게 굳었으나 금방 다시 밝게 펴졌다.

 

 

“내가 아는 사람이랑 이름이 같아서 좀 놀랬어요. 신기하네.”

“그런가요...”

 

 

내 이름 흔치 않은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다시 도로에서 클락션 소리가 울렸다. 이번엔 혜진의 차에 대고 울린 것이었기에 더 이상의 대화는 힘들 것 같다고 생각 되어 도로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다음에 또 봐요.”

 

 

혜진은 그렇게 인사를 남기고 많은 차들 사이로 스며들어갔다.

 

 

“누구야?”

“어? 저번에 나 빵 사준 사람.”

 

 

별이는 이미 떠나고 없는 혜진의 뒤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아는 사람이야?”

 

 

여전히 도로를 보고 있는 별이에게 묻자 별이가 도로에 가있던 시선을 거둬 내 눈을 맞췄다. 그리곤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는 사람은 아닌데 익숙해서.”

“좀 멋있지 저 언니?”

“뭐?”

 

 

머리를 긁적이던 별이가 내 말에 깜짝 놀라 눈썹을 찌푸렸다.

 

 

“연예인이랑 닮았을지도 몰라. 완전 예쁘고 멋있고 카리스마 있어.”

“나 갈래.”

“야아! 같이 가야지!”

 

 

쟤는 왜 또 삐진거야!

 

 

 

 

*

 

 

 

쨍쨍한 햇살이 대나무 사이로 비춰 들어온다. 탕탕. 나무와 나무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그 속에 두 아이가 있다. 목검을 쥔 비취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대나무 사이를 오가며 포대로 감싸 표시해 놓은 대나무들을 정확히 가격했다. 비취의 그런 모습을 보며 바닥에 앉은 아이는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 없는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사박-

 

이리저리 움직이던 비취의 귀에 자신의 발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가 들렸다. 비취는 소리가 난 쪽으로 재빠르게 다가가 목검을 겨눴다. 바람을 가른 목검 끝에는 고운 의복을 입은 사내가 있었다. 지학의 나이쯤 됐을까. 비취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는 충년의 사내였다.

 

 

“실력이 좋구나.”

 

 

사내는 제 목을 거누고 있는 목검을 따라 비취를 보며 여유로운 웃음을 보였다. 사내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이유 모를 위엄이 느껴졌다.

 

 

“너는 누구냐.”

 

 

비취는 목검을 거둘 생각이 없었다. 그저 미소 짓고 있는 사내와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비취 사이 바닥에 앉은 아이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뿐이었다.

 

 

“길을 잃고 돌아다니다 소리가 나서 와봤더니, 한 마리의 나비가 있더구나.”

 

 

사내가 여전히 목 옆에 놓인 목검을 손으로 잡아 내렸다.

 

 

“괜찮다면 나와 한번 대련을 해보지 않겠느냐?”

 

 

얼떨결에 성사된 대결이었다. 대나무가 둘러싸인 공터. 그 곳에서 사내와 비취는 진검을 꺼내 서로를 겨눴다. 아이는 갑자기 진검을 들고 두 사람이 싸우게 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불안한 눈으로 이쪽 한번 저쪽 한번 쳐다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나는 특별히 이 손으로만 하겠다.”

 

 

사내는 왼손에 쥐고 있던 검을 오른손에 쥐고, 왼손을 뒤로하여 뒷짐을 지었다. 자기보다 어린 여인을 상대하기 위한 배려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내의 그런 행동은 비취에겐 썩 달가운 일이 아닌 듯했다. 확 찌푸려지는 얼굴은 불쾌함을 단단히 드러내고 있었다.

 

 

“기분 나빠. 한 손으로 하겠다는 거야?”

“사내대장부가 되어 어찌 어린 여인을 상대로 온 힘을 다하겠느냐.”

“콧대가 아주 높으신 사내대장부시네.”

 

 

비취는 코웃음을 치며 비소를 지었다. 사내는 어깨를 으쓱 해보이고, 비취는 그 길로 검을 바로 잡고 달려들었다.

 

챙- 챙-

 

대나무 숲에 두 검이 맞닿는 소리가 울렸다. 팽팽했다. 비취는 끊임없이 공격했고 사내는 끊임없이 막아냈다. 두 사람의 대련을 구경하는 아이는 처음 보는 진검승부에 넋을 놓고 침을 삼켰다.

 

챙-

 

 

“...!!”

 

 

오른손 한손으로만 상대하던 사내의 검에 결국 왼손도 함께 올라왔다. 비취의 검을 막아내기 위해 두 손으로 검을 잡은 사내는 두 손으로 잡힌 자신의 검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콧대만 높은 사내대장부로구나?”

 

 

눈앞의 비취가 사내를 노려보며 힘껏 밀었다. 밀착했던 두 사람의 몸이 떨어지자 사내가 힘없이 검을 내렸다.

 

 

“너의 승리다.”

 

 

제대로 겨뤄보지도 않고 패배를 인정하는 사내의 모습에 비취가 얼굴을 확 구겼다. 아이는 그런 비취의 눈치를 보며 검을 내팽개치고 성큼성큼 뒤돌아가는 비취의 뒤를 서둘러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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