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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외전 - 이별(3) [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외전 - 이별 본편에서 미처 풀지 못했던 이야기. 헤어지게 된 그 때의 두 사람. * 늦은 오후 잠에서 깬 휘인이 뒤늦게 폰을 들었다. 혜진에게서 온 수많은 메시지와 전화들이 휘인의 폰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초점을 잃은 두 눈은 무엇을 담는 지도 모르고, 환히 켜져 있던 폰 화면은 다시 어둡게 꺼져 버렸다. 휘인은 혜진에게서 온 연락을 받을 용기가 없었다. 혜진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은 어떻게 될지 휘인에겐 온통 무섭고 두려운 일이었으니까. 결국, 대답없는 휘인을 먼저 찾은 건 혜진이었다. 자정이 넘은 밤. 스케줄을 마친 혜진은 휘인의 작업실 문 앞에 우두커니 멈춰섰다. 다른 때라면 익숙하게 도어락 비밀번호를 치고 안으로 들어갔겠지만 지금은 그..
[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외전 - 이별(2) [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외전 - 이별 본편에서 미처 풀지 못했던 이야기. 헤어지게 된 그 때의 두 사람. * 시간이 지날수록 능력을 인정받은 작가와 배우는 더욱 더 바빠졌다. 새로운 작품과 늘어나는 스케줄에 휘인도 혜진도 정신 없는 하루들이 이어졌다. 둘에게 찾아온 바쁨은 서로를 소홀하게 만들었고 그 소홀함을 익숙하게 만들기도 했다. 얼굴을 보며 만나는 날이 줄어들었고, 연락을 주고 받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여유가 생기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혜진이 휘인을 다시 찾았지만 점점 바빠지는 혜진 덕에 겨우겨우 이어가고 있던 만남의 빈도 조차 줄어들고 있었다. "하아..." 펄펄 끓는 열 기운에 휘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작품이 끝난 후 휘인에게 찾아오는 저주같은 몸살병. 보일러의 온도를 크게 높이고 두꺼운..
[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외전 - 이별(1) [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외전 - 이별 본편에서 미처 풀지 못했던 이야기. 헤어지게 된 그 때의 두 사람. * "나 오늘 자고 갈래." 하루를 가득 채운 스케줄을 마치고 온 혜진이 휘인의 침대에 드러누으며 말했다. 이 크게 성공한 이후 소위 스타가 된 혜진은 이젠 드라마와 영화, CF를 모두 오가는 슈퍼 스타가 되어 있었다. 그만큼 강도 높은 스케줄이 줄줄 이어졌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이었다. "내일 아침부터 화보 촬영있잖아." "매니저 언니한테 여기로 오라 그랬어." "...... 요즘 너무 자주 자고 가는거 아니야?" 조심스런 휘인의 말에 꾹 닫혀있던 혜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지금 내가, 나를 사랑하는 애인에게서 무슨 말을 들은거지? 혜진이 조금씩 몸을 일으켰다. "뭐라 그랬어?"..
[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외전 - 만남 [휜화] 그들이 사는 세상 번외 - 만남 그사세 업로드 1년 기념, 미처 풀지 못했던 이야기 * 2012년 12월 드라마 피아노맨 오디션 현장. "네, 됐습니다." "아 저 하나만 더..." "아니에요. 충분히 잘 봤어요." 형형색색 손톱에 큐빅까지 박힌 배우의 손톱을 가만히 보고 있던 휘인은 비즈니스적인 미소를 지어보이며 앞에 있는 배우에게 웃어주었다. CF로 간간히 얼굴을 알리고 있던 배우는 아쉬운 티가 역력했지만 더 어찌할 줄을 모르고 오디션장을 나갔다. "그러게 오디션 그냥 접자니까. 이재은이랑 하면 좋잖아요 작가님도." "이재은 연기 못하는 거 아시잖아요." "그래도 완전 발연기는 아니잖아. 그 화제성에 그 인기면 나쁘지 않죠." "감독님." "네?" "피곤하면 먼저 들어가셔도 돼요. 오디션은 ..
[문썬] 인연 11 [문썬] 인연 * 11화 20살 대학생의 첫 날. 시간은 빠르게 지났다. 나는 3월이 오기까지 별이와 평범하기만 한 날들을 보냈다. '평범하다'고 표현을 했지만 순탄치 않았던 삶을 살았던 내게는 처음 갖는 시간들이었다. 평범하게 밥을 먹고, 평범하게 잠을 자고, 평범하게 놀러 다녔다. 그 어떤 두려움도 걱정도 없이 말이다. 그 평범함이 너무 좋아져버린 탓인지 대학 입학식도 오리엔테이션도 다 빠져버렸지만. 뭐, 아싸의 인생은 이미 예전부터 걷고 있었으니까 상관 없지. "나도 가면 안 돼...?" "안 돼." "왜애~ 나 몸 숨기고 니 옆에만 붙어 있을게." "안 돼. 집에 얌전히 있어." 몇 개월을 24시간 붙어 살다 떨어지게 되니 별이는 많이 아쉬운 모양이었다. 나도 정이 많이 들어 별이가 없는 대학 생..
[문썬] 인연 10 [문썬] 인연 * 10화 이제는 익숙한 대나무 숲의 풍경과 두 아이의 모습. 나는 또 일어나면 잊어버릴 꿈을 꾸고 있었다. "야 받아." 비취가 진검을 아이의 가슴팍으로 내밀었다. 한 손에 목검을 쥐고 있던 아이는 비취가 건넨 검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거... 진짜 검이야?!" "그래. 얼른 받아." 목검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진검을 받아든 아이의 얼굴이 활짝 폈다. 그리도 좋을까. 비취는 눈을 반짝이며 입꼬리가 귀에 걸린 아이를 보며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그렇게 좋아?" "당연하지! 진검은 손가락 하나도 못 건들게 했잖아!" "숙달되지 못한 사람이 쥔 검만큼 위험한 건 없으니까." "늙은이 같아..." "뭐?!" 아이는 헤실 웃으며 검을 살짝 뽑았다. 날카롭고 매끈한 칼날이 껍질을 벗으..
[문썬] 인연 09 [문썬] 인연 *9화 열아홉의 마지막은 행복하게 저물고 있었다. 1년 동안의 힘듦을 덮어주기라도 하듯 하늘에선 함박눈이 내렸고, 눈 덕분에 얼음장 같던 추위는 조금 사그라들었다. 내 옆에는 항상 별이가 있었다. 밥을 먹을 때도, 이야기를 나눌 때도 항상 별이가 옆에 있었다. 원했던 대학 합격 통지서도 받았고, 지겨운 학교도 방학에 들어갔다. 올해를 단 이틀 남긴 밤. 소파에서 잠이든 별이의 옆에 앉아 연말 가요 무대를 보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솔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억...!!" 신나는 아이돌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을 때, 곤히 잠들어 있던 별이가 벌떡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 이마엔 식은땀이 조금 맺혀 있었고, 눈은 무서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심장이 떨리는 모양인지 한 손으로 가슴을 부여잡으..
[문썬] 인연 08 [문썬] 인연 *8화 "참화그룹의 윤동화 회장이 병세로 입원한데 이어 윤동화 회장의 장녀이자 참화엔터테인먼트 윤혜원 대표가 병환을 보인다는 소식입니다. 정확한 병명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주일 전 삼화병원의 VIP실로..." 아 재미없어. 상관도 없는 재벌집 사람이 아프거나 말거나지. 리모콘을 들어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보지만 다 재미없는 것뿐이다. 아니... 이렇게 TV가 재미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야 문별이!!” “잠깐만! 이제 다 됐어!” 하아. 벌써 30분 째 저러고 있다. 나름 크리스마스라 분위기 좀 내보려고 외출을 하려고 했더니 30분 째 옷방에 틀어박혀선 저렇게 옷만 고르고 있다. 문 틈새로 바닥에 툭툭 떨어지고 있는 옷가지들을 보며 고개를 탈탈 저었다. “쟤는 왜 겉멋만 들어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