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썬] 인연 00
# 인연
불행한 삶 속,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자칭 수호천사
정체 모를 자칭 수호천사와 엮이며 일어나는 이야기
# 김용선
10대의 끝자락, 20대의 초입.
불우한 가정환경에 지금은 혈혈단신인 몸. 짧지 않은 인생동안 잘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았다.
내가 전생에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복이란 복은 커녕 티끌만한 운조차도 따라주지 않는 용선에게도 일생일대의 중요한 순간이 다가온다.
대한민국 고등학교 3학년이라면 누구나 겪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인생역전의 꿈을 공부 하나에만 쏟아부었는데 정말 하늘은 용선을 버린 것일까.
시험 당일. 눈 앞에 다가오는 커다란 트럭에 용선은 눈을 감는다.
죽고 싶지 않아. 나도 이제 행복하게 살고 싶어. 제발 누가 나 좀 도와줘.
용선은 살며 가장 간절한 목소리를 내어본다.
그리고 그 간절한 외침은, 누군가에게로 닿는다.
# 문별이
사람인가 귀신인가. 천사인가 악마인가.
간절한 용선의 목소리를 듣고 나타난 존재.
갑자기 나타나 목숨을 구해주곤 자기가 용선의 수호천사라고 말한다.
천사라고 하기엔 그닥 선해보이지 않고, 귀신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사람같은 존재.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지만, 정말 수호천사이기는 한 모양인지 별이가 나타난 이후 용선의 삶이 달라진다.
패션에 민감한 밝고 장난꾸러기 같은 수호천사.
밝기만 한 별이에게서 가끔 아주 슬픈 눈을 볼 수 있는데 그 눈을 볼 때면 용선은 알 수 없는 아픔을 느꼈다.
그 아픔은 너의 것일까, 나의 것일까.
# 안혜진
우연한 만남으로 이루어진 인연.
불우하고 외로운 삶을 살아온 용선에 비해 언제나 당당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
용선은 자신은 갖지 못한 혜진의 그런 모습에 이상하게 끌림을 느낀다.
그런 용선에게 혜진은 우린 우연이 아닌 인연이라고 말한다.
# 정휘인
용선의 대학 동기.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용선에게 가장 먼저 다가왔다.
귀엽고 친절하고 착하다. 다른 사람들에겐 차갑기만 하지만 용선에게만은 따뜻하다.
언제나 그저 묵묵히 용선의 옆을 지키고 있다.
*
2020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평상시보다 한산한 도로엔 긴장한 표정이 가득한 학생들과 부모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시험이 치뤄지는 학교 앞엔 이 시험의 주인공들을 응원하는 여러 목소리가 어우러졌다.
집을 나선 용선은 차가운 11월의 공기에 긴 숨을 내쉬었다. 새하얀 입김이 눈 앞에서 흐려졌다. 두 손으로 제 볼을 꾸욱 누른 용선은 긴장과 추위로 굳어 있는 몸을 움직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쁘지 않았다. 어제 잠도 설치지 않았고 일어날 시간에 잘 맞춰 일어났다. 도시락도 잊지 않고 싸왔고 지각하지 않게 넉넉한 시간에 집에서 출발했다. 항상 그렇듯 이번 시험 날에도 갑자기 찾아온 추위가 매서웠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왜.
비틀거리며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트럭을 보며 용선은 눈을 질끈 감았다. 움직이고 싶어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왜. 어째서 왜. 왜 항상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나는 정말 행복하면 안 되는 사람인 걸까? 나도 이제 행복하게 살고 싶어. 살고 싶은데 왜. 제발 누가 나 좀 도와줘. 나 좀 살려줘. 살고 싶어. 제발 누가 나 좀 살려줘!
"이제야 찾으시는 겁니까."
낯선 목소리가 어렴풋이 귀에 들렸다. 알 수 없는 몽환적인 기분이 용선의 온 몸을 감쌌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에 이끌린 용선은 너무나도 오랜만에 안겨보는 사람의 품 속에서 눈을 떴다.
눈 앞엔 나를 보고 활짝 웃고 있는 얼굴이 있었다.